베스트셀러와 먼 곳의 책일 것. 책을 고르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또하나 트위터를 하는 유명작가의 작품이 아니여야합니다. 학창시절에 한국 문학은 한의 정서라고 일컫던가요. 그렇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그런 작품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민족의 그러한 정서를 그대로 유지한 작가는 손에 꼽기도 민망합니다. 그러한 정서가 '고루'해보일 수 있다는 그리고 언제까지 한의 정서만을 이야기 할 것인가에 대한 일각의 의견또한 맞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잘 안팔리는 시대에 잘 안팔리는 글을 쓰면 뭐합니까.
그럼에도 불구. 일본에서는 일본 특유의 정서가 아직도 있구나하는 '안심'도 드는 편입니다. 언제부턴가 만화에도 작가에도 일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알고보니 내가 좋아하던 작가가 영화감독이 '그런'사람이었구나. 읽지 말아야지. 소개하지 말아야지가 되어버려 '사상의 잣대'를 들이밀어 이 글을 쓰기 전에도 혹여나 싶어 다자이 오사무의 '사상'에 대해 염려하던 차였습니다. (사실 한국 문단에서도 친일파의 문학을 이야기 할 때 좀 이중적이긴 합니다. 그것이 한국문학의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경우 친일파의 문학이 소개되는 것중의 하나. 그렇지만 저는 아직도 어려운 것이 작품만은 흠이 하나 없는 썩 괜찮은 작품의 경우에요. 사상과 작품과 작가에 대한 관계 그 미묘함 속에서)
인간실격은 사실 그냥 잡히는대로 산 책이에요. 문화상품권 환불 기준에 맞추어. 금액에 맞추어 산 책. (혹은 그런 느낌)
저는 딱히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취향을 타거나 특유의 허무주의가 한국인에게 반감을 살 수 있을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힘들어도 티 안내는 것이 미덕이고 힘들어도 견디거나 이겨내야 하는 미덕을 보여야 하는나라. 여러가지의 가면을 갖고 살아가야만 하는 자본주의의 틀 속 인간. 그것이 어디 한국뿐이겠습니까. 그것이 어디 현재 뿐이었겠습니까.
'인간은 왜 하루에 세 번, 정해진 시간에 어두침침한 방에 모여
밥상을 순서대로 줄지어놓고, 먹고 싶지 않아도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밥을 씹는 것일까?
집안에 우글거리는 망령들에게 기도하기 위한 의식은 아닐까?'하고 생각했습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은
내게는 듣기 싫은 협박에 지니지 않았습니다.
그 미신은 언제나 내게 불안과 공포를 안겨주었습니다.
'인간은 밥을 먹지 않으면 죽으므로 일을 해서 밥을 먹지않으면 안된다'는 말처럼
난해하고, 까다롭고, 그리고 협박 비슷한 느낌을 주는 말은 없었습니다.
-19 p.p-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의 대표 데카당스 작가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퇴폐라던가 허무주의로 대체하곤 합니다만 조금은다른 것이에요. 아주 미묘한 차이. 20년대 초반에 백조니 폐허니 이런 동인지들의 데카당스류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왜 밥을 먹어야지라는 간단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사는 건 의미없음직한 질문을 던지면 바로 '허무주의'의 딱지를 붙여대곤 합니다. 그리고 쟤는 어두운 애야. 사상이 불순해따위의 꼬리표도 붙습니다.
저는 정말 묻고싶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이러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정말 없을까. 오사무처럼 '나의 관념과 세상 모든 사람의 관념이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불안'요.인간은 밥을 먹지 않으면 죽으므로 일을해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천치'에요. 정말 죽음이 어떠한 것인지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한 '현대인'. 그것이 늘 자본주의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돼지따위의 가축이 아니에요. 살기위해 먹어야하고 살기위해 돈을 벌어야하고 돈을 벌어서 먹고 살찌면 또 약을 먹고 먹고 아파서 또 약을 먹고 먹고 먹고 아파도 체면때문에 동석해 먹어야하고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먹어야하고 대접하기 위해 먹어야하고 인간은먹기 위해 사는걸까요?
오사무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익살'(이라는 가면)이었다고 합니다. 겉으로는 익살을 부리면서 속으로는 썩어가고 있는 '데카당스'의 이야기에요.
뭐든지 간에 그냥 웃게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인간들은 내가 삶이라는 것의 밖에 있어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인간들의 눈에 거슬려서는 안된다.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허공이다.
- 23 p.p-
오사무가 공산주의에 빠졌다거나 마르크스주의라던가 기독교에 빠졌다라는 의견이 인터넷 백과사전등에 등재가 되어있지만 이 책으로만 본다면 '탐닉'이 아니라 그저 '머무른' 수준밖에 되지 않아서 잘모르겠습니다.
(65p.p 비합법. 나는 그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즐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합법이라는 것이 오히려 무서웠습니다. (중략) 차라리 바깥에 있는 비합법의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한층 마음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 중략의 경우 - 로 하겠습니다.
"그 사람, 흉내를 내는거예요-
문학소녀를 사랑할때는 문학을 한다 하고,
도시 처녀일 때는 옷맵시에 신경을 쓰고, 이제 아시겠어요?"
(397p.p)
-
평범한 사내에게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고 꿈을 꾼다는
미명하에 살아온 건 아닐까.(399p.p)
-
느릿느릿 헤매는 저 사내와 그리고 여기있는 나,
다른 점이 단 한군데라도 있나?(400p.p)
그는 어쩌면 고리대금업으로 성장한 집안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며 살았으면서 그것에 대한 경멸을 느끼며 '일반 사람', '보통 사람'을 꿈꾼 배부른 '약함'이었을까요?
느낌이 있는 책에서 펴낸 인간실격에는, 인간실격 외 달려라 메로스, 잎, 역행, 어릿광대의 불꽃, 그는 옛날의 그가 아니다가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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