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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림자와 혀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함민복> 글 그림자 위에 길게 늘어진 혓바닥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4. 12.

 

 

 

 

  

 

함민복 시인의 <는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이라는 시를 읽고 있으니, MBC 느낌표에 선정된 적이 있었던 유용주씨의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함민복 시인이나 유용주 씨나 보통의 시선으로 본다면 유명한 작가들은 아닙니다. 

 

개취(개인의 취향)이고 개인의 생각일 뿐이지만 만약 한 명의 사람 한 명의 작가 한 명의 만화가의 이름을 버리고 개인이 어떤 소셜 네트워크에서 얘기하는 것은 그러려니 하지만, 작가의 이름 만화가의 이름 공인의 이름을 삼아, 개인의 정치적 발언이나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엔 굉장히 의아합니다. 결국 이러나 저러나 팬과 연예인의 입장이라면 팬은 연예인의 의견에 따라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작가가 만화가가 자신의 글로 자신의 그림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것. 그것은 맘에 안들면 혹은 문제가 되면 지울 수 있는 것보다 '무게감'이 있으니까요.  요새 유명해지기란, 남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을 유명인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던지기만 해도 그 급이 달라집니다.

 

유용주 작가나 함민복 시인은 그런 얕은 수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만약 얕을 수를 잘 쓰고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리 생명력 넘치고 다른 언어를 쓰는 겸손한 '사람'들이 유명해지지 않을리가 없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토지문화관에서 하는 작가님들의 강연 구경가기를 좋아했습니다. 그 때 어떤 '국어 책에도 실릴만한' 작가의 강연 날이였는데,  그 작가분의 자녀분이 잘 모르겠다고 들고 온 숙제(?)에서 그 작가분의 시가 나왔다고 합니다. 자신도 풀면서 '어? 이 시에 이런 의미가 있었나'라거나 모르는 의미도 알게되었다고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자신의 시가 나온 시험문제를 풀어봤더니 60점정도의 점수를 받았다거나 이런 일화도 종종 듣습니다.

 

 

   재단하지 않으려합니다.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도  하지 않으려합니다. 시인께서 어떤 의미로 시를 분명 쓰셨겠지만 시가 나온 이상 해석의 갈래는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석을 이렇게 저렇게 해버리면 옳든 그르든,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데 결론을 얘기하는 밉상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창한 표현도 하질 못합니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당신은 나를 통해 시를 읽을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

 

  저울도 자신의 무게를 달아보고 싶지 않았을까

양 옆구리 삭은 저울을 조심 뒤집는다

(중략)

 

몸집 커 토막 낸 물고기 달 때보다

한 마을 바지락들 단체로 달릴 때 더 서러웠더냐

목숨의 증발 비린내의 처소

검사필증, 정밀계기, 딱지 붙은 기계밀정아

생명을 파는 자와 사는 자

 

시선의 무게에서도 비린내가 계량되더냐

 

(중략)

 

애초부터 피할 수 없는 운명

죽음이란 저울 위에 쭈그려 앉아

저울을 보면

 

 

저울은 반성인가

(생략)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함민복.창비. 57pp. '앉은뱅이 저울' 中